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숙한 장치들로 구성된 이야기임에도 도무지 지루하지가 않다. 비슷한 배경, 비슷한 인물, 비슷한 사정, 비슷한 사건(부유한 가족, 유산, 증오와 질투, 사랑, 해외여행 등등)이 이어지는데. 많이 본 듯해도 여전히 흥미롭고 궁금하고 범인에 대한 내 추측은 끝내 맞지 않고. 그러니 신기하기만 하고. 또 이걸 작가의 능력이라고 할 밖에. 

소설을 다 읽고 거꾸로 헤아려본다. 범인부터 사건의 희생자와 용의자들의 모든 형편을. 그리고 이들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작가의 솜씨. 여기서는 심리학적 배경이 유독 돋보이기도 하고. 작가의 서술을 고스란히 따라가서는 범인의 근처에도 못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내 독서의 한계. 게다가 마지막에 푸아로 경감의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더더욱 헷갈렸다. 등장인물들조차 헷갈리고 있다는 듯이 표현해 놓았을 정도이니. 이토록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게 수사라면, 그리고 소설이라면, 거 참,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게 맞는 거다. 이렇게 읽고 즐기기만 해도 되는 내 처지는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같은 말, 같은 내용이라도 들려주는 사람의 화법이나 문체에 따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따분하게 느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말이나 글이 다른 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하겠지만 아무에게나 있는 능력은 아닐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제 능력을 잘 발휘해 주는 걸 보면 이것도 기쁘기는 한데, 괜히 반대의 경우가 떠올라 씁쓸해지기도 한다.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다. 이런 맛에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것인가 할 정도로. 아직 못 구한 책이나 품절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책도 내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203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