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배명훈에 대한 내 호감도는 점점 높아져 간다. 이건 독자인 내 입장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좋아하는 만큼 글을 읽으면서 더 좋아질 것이고 더 행복해질 것이고 나는 더 많은 글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소설은 세상에 없는 것들을 있는 것처럼 써 놓은 글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없지만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 없지만 있어야 할 이야기, 없지만 없지만 없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꼭 있다고 믿고 싶은 이야기. 그러니 고고심령학자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고고심령학자들이 생계 걱정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어디 고고심령학자들뿐이랴. 들먹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 세상에는 돈이 안 되는 가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 소설은 서울에서 읽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내가 갖고 있는 소박한 꿈 중의 하나로, 어떤 도시 배경의 소설을 그 도시에서 읽었으면 하는 것. 이 소설을 서울의 어느 시원한 카페나 그늘진 공원이나 아늑한 숙소에서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서울을 좋아하는 마음을 한결 높일 수 있었을 텐데.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 주는 소설을 좋아했던 취향을 넘어 내가 SF소설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해 준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다. 계속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 둔다. (y에서 옮김201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