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작가밖에 없으리. 라면도 그냥 라면이 아니고, 밥도 그냥 밥이 아닌 사람의 글과 삶. 이 시대에 함께 살아 이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하다. 이분의 글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늙어 가는 모습까지 불평 없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나이 드는 게 전혀 아쉽거나 억울하지 않다는 느낌을 글로서 전해 받는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글은 아니다. 잘 드는 칼을 읽는 느낌이다. 선득선득 잘라내는 거리감, 홀로 깊어졌다 사라지는 소실감. 군더더기 없는 명쾌하고 단호한 문체에 쉬이 빠져 든다. 내게 이런 강인함이 숨겨져 있었던가 착각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쉬운 삶, 쉬운 밥은 없다는 거다. 어딘가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멀리 있는 것을 자주 그리워하였더니 가차없이 잘라주시는 훈계. 힘들다고 징징대지만, 세상에 나만 힘들게 살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게 위로가 되는 게 한편으로는 민망하지만 인정하게 된다. 나는 그리 잘난 것도 그리 못난 것도 아닌 삶을 갖고 있는 것이었더니.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었다고 더 엄격하게 견주는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어떨 때는 너그러울 줄도 알았다가 어떤 때는 냉철히 처단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자칫 그 사이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는 사방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느냐고, 그런 것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아직도 그러고 사는 거냐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삶의 값, 나는 그 값을 배우고 싶다.
출간 즈음에 스캔들에 휘말렸을 텐데, 그런 시달림도 가볍게 무시된다. 그냥 글이 좋으면 다른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y에서 옮김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