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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꽤나 오래 전부터 해 본 생각인데, 지금 외계인이 지구로 온다면 우리 지구인들로서는 그 외계인과의 싸움에서 이길 방도가 없다는 것. 그들은 이곳에 올 수 있었으나 우리는 그곳으로 가 볼 수 없는 수준이고 실력인 셈이니까. 이 소설은 나의 이 좁디좁은 생각을 확 넓혀 놓았다. 거대하고 거대한 상상으로.
2부의 제목이기도 한 '암흑의 숲'이 뜻하는 바를 알게 되었을 때는 놀랍기도 했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모른다는 것, 내가 상대의 의도를 모르고 내 의도를 상대도 모른다고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일, 싸움이라 혹은 파멸이라... 저 멀리 우주 공간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우리네 개개인에게서도 우리들 사이에서도 늘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자꾸만 늘어났다. 그러다가 곧 다음 생각에 앞 생각을 잊어버리고 말았지만(이건 이것대로 내 유용한 독서법이라고 여기기로 해서).
사람마다 스케일(통)이라는 게 있다. 얼마만큼을 품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생각이든 물건이든 관계없이 고려할 수 있겠다. 아무리 상상이라지만 태양계를 넘겨 생각하고 이를 글로 나타내 보이는 일은, 흠, 대단하다. 과학 지식도 갖고 있어야 하겠지만 이를 현실과 이어서 그 다음의 현실도 창조해야 하니까. 한마디로 앞뒤 말이 맞아야, 상황이 어긋나지 않는다고 느껴져야, 나 같은 일반 독자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것이니, 독자인 나로서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지구가 외계 문명의 침입으로 망하게 될 것이라는 설정이 주어진다면 우리들 각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400년 후에 삼체문명이 지구를 파멸시키러 온다고 설정했다. 미래의 후손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개개인이 갖고 있는 삶이나 가치관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나는, 미래에 다시 태어나겠다고 동면 따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 소설이라 배경과 인물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등장한다. 이게 읽는 내내 낯선 느낌을 갖게 한다. 미국 중심의 글과 영화를 너무 많이 봐 온 탓이다. 내 안의 이런 편견을 확인해 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다. (y에서 옮김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