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므레모사. 낯선 이름이다. 더 등장한다. 이르슐, 오블라협곡, 렘차카, 아델과 같은 말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들까지. SF 소설을 읽을 때면 늘 비슷한 감탄을 한다. 사람을 비롯한 각종 고유명사 이름 짓기. 그리고 이 이름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성향, 내 마음대로의 추측이겠지만 그런 대로 즐겁다. 이름을 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는 것만큼이나.   


이 소설로 다크 투어리즘을 간접 경험했다. 나로서는 현실에서 도저히 못해 볼 일이다. 아프고 어두운 장소로 가서 서 보는 일, 아무리 높은 의미와 각오를 갖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해도, 나는 못하겠다, 못 가겠다. 이 책을 읽는 것만 해도 얼마나 마음이 고되었던지. 그리 많은 분량의 글이 아니었음에도 어둡고 어두운 흥분에 시달리면서 책장을 넘겨야 했다. 읽기는 해야 하는데, 다음 장면은 무섭기만 하단 말이야, 이럴 때마다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몇 차례. 다 읽고 난 마음은 읽던 중에 느꼈던 바와 같이 개운하지 않다. 도대체 말끔해질 수가 없다. 그 사이에 눈 앞 현실이 소설 속 사정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만 하니. 


소설가의 상상에 놀랍고 무섭고 고마운 마음을 한꺼번에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 소설처럼, 다크 투어리즘은 형식일 뿐, 사람들이 저지른 나쁜 일의 결과로 상처를 받은 영혼이나 목숨을 잃은 이들을 찾아 하나씩 삶의 본질을 짚어 내보이는 작가의 세계관을 만나게 되는 때. 나는 잘 살고 있지만, 나는 모르고 살고 있지만, 내가 모른 채 잘 살고 있는 동안 나와 같은 어떤 이들은, 어떤 생명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자신의 의지를 발휘한 결과든 타인의 강압에 의한 결과든. 그렇다면 삶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걸까, 희망이라든가 축복이라든가 이런 말을 떠올릴 수나 있는 건지.     


SF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 중 하나가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지.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 우리네 인간의 어떤 성격이나 행동, 우리가 참이라고 믿으면서 만들고 있는 어떤 분위기 등등에 대해 작가들은 기어코 건드리고 싶은 것이겠지. 이래도 되는 일이냐고, 계속 이렇게 할 것이냐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모르는 척 못 본 척하면서 외면하고 있을 것이냐고. 그러니, 이렇게 나무라고 있으니, 이렇게 혼이 나는 기분이니 글을 읽는 마음이 고될 수밖에. 그럼에도 자꾸자꾸 혼나러 들어서는 걸 보면 한편으로 또 이러는 내가 다행이다 싶기는 하고. 캄캄한 곳에서 밥만 먹고 사는 행복한 광대로는 남지 않겠다는 의지일 테니.   


'므레모사'가 주변에 참 많이 있다. 볼 수 있는 이들에게만 보일 것이다.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는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대문학에서 핀 시리즈라는 소설선을 발간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알았다. 난 참 늦다. 그래도 다행이다. 한 권씩 모아 볼 책이 또 생겼다.


[이 책을 선물해 주신 woojukaki님, 정말 고마워요~~.](y에서 옮김20220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