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이다 지음 / 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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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이다의 작게 걷기>가 퍽 인상적이어서 연달아 빌려 본 책이다. 애매하게 서운함이 남는다. 나는 글보다 그림 쪽을 더 기대했던 것 같다. 글과 그림 둘 다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나누어 쓸까 궁금하게 여기면서. 이번 책은 그림보다 글의 분량이 더 많아 보였다는 점, 실제로 이런저런 측량을 한 것이 아니라 내 기분이 그러하였으므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관찰은 분명히 능력이다. 나는 관찰력이 아주 없는 편이다. 방금 전에 본 것을 떠올리는 것도 잘 못한다. 휘리릭 보고 듬성듬성 지나친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내놓는 결과물을 보면서 신기하게 여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따라서 해 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말짱 헛짓이었다. 이 분야에도 적성이나 유전자가 따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내게는 이런 쪽의 자질은 영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다 작가는 내가 막연하게 부러워하는 두 가지의 능력을 다 갖고 있다. 관찰과 그림 실력. 하나 더. 성실한 태도까지. 그러니 이것들로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일 테다. 나로서는 그저 반가운 일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세밀한 시선으로 관찰하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작가의 책을 보면서 즐거워 하기만 하면 되니. 


그래도 새로 얻은 버릇 하나. 걸으면서 마음과 눈이 머무는 시간이 생기고 있다는 것. 내가 보고 있는 것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 여러 번 다닌 길에서 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있다는 놀라움을 느끼는 일까지. 심심해지지 않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사에 여러 모로 무심해진다는데 이번 기회에 이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 것 같아 나는 많이 고맙다. 


관찰을 잘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발표도 하고 그러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겠다. 그저 내 주변에서 매일매일 사라지고 있었던 풍경들을 지금처럼 되찾으며 지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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