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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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자주 잊는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다른데도, 다른 점이 아주 많은데도 가끔 만나는 같은 점에 눌려 또 잊는다. 우리가 다르다는 것, 이것만 잘 기억해도 많은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는데. 내가 생각하는 바와 네가 생각하는 바가 같지 않다는 것, 같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각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소설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 편에서는 책장 넘어가는 게 아쉬워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더 오래 읽고 싶은 마음 사이의 헛된 갈등이라니. 기억력이 없어서 내용은 또 금방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지금 느끼는 이 인상만큼은 한동안 이어지리라. 마치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처럼.

오다 노부나가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거의 배경으로 쓰일 뿐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역을 일으킨 인물인 아라키 무라시게와 오다가 무라시게를 설득하라고 보낸 구로다 간베에다. 설득당하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간베에를 지하감옥에 가둬 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를 찾아가는 무라시게. 두 사람, 두 삶, 두 생각. 참 답이 없다.

살고 죽는 일 앞에서 하는 생각이라. 어떻게 하든 죽을 길밖에 없어 보이는데 죽기 직전까지 또 어떻게 살아보겠다고 머리를 굴려야 하는 모양새라니. 둘 다 같이 살 수는 없고 내가 살고 네가 죽거나 네가 살고 내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내가 죽기 전에 나보다 오래 살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복수는, 사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끝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또 그렇게 되는 것인가. 한쪽은 이미 죽고 없을 일,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것일까.

대망을 읽어 놓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 전국시대 무사들의 싸움이 낯설지 않았으니까.(y에서 옮김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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