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어서, 그리운 것들 오롯하여라
박미경 지음 / 봄날의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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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책 편집인에 관한 기사를 보고 검색해서 빌려 본 책이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데 나는 여행 카테고리로 넣는다. 책을 읽는 내내 책 속 모든 섬들을 여행하는 기분이었으로. 고단했고 팍팍했고 그래도 더 많이 아늑하고 흐뭇한 여정이었으므로.

사람이 태어나 자라기 시작하는 곳은 태어나는 운명만큼이나 운명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는가, 그리고 그 부모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 아니, 둘은 따로 나뉘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인가? 내가 지금의 나로 살고 있는 건 내 부모의 그런그런 배경과 부모님이 선택해서 가정을 꾸린 공간의 영향이 내 삶의 절대적인 조건이 된 것처럼.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라고 섬에서 나이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때로는 결혼으로 섬 생활을 시작하고 이후 죽 섬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섬이라는 배경이 누군가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섬을 지키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 남들은 쉽게쉽게 버리고 떠나는 것들을 오롯이 품어 안고 사는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애틋한지.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아니 살아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나는 이런 사람들이 대단하고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자신의 터전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니.

섬이라고 몇몇 유명한 곳은 다녀와 본 적이 있다. 얕은 구경의 목적이라 기억에 남은 게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섬을 구경한 게 아니다. 한 편 한 편 짧은 분량이지만 작가의 짧은 삶과 섬사람의 긴 생이 담겨 있다. 이런 인터뷰는 마음이 통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오지 않을 이야기들이므로.

섬에 사는 사람들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짐작되는 바다. 육지든 섬이든 젊은이들이 살지 않는 곳은 어디나 그러한 형편이니.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시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겠지만 적은 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덜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지방을 지켜주는 정책도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으련만. 책은 끝내 이 씁쓸한 맛을 남겨 놓고 떠난다. (y에서 옮김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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