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류의 소설집을 읽으면 막연한 사명감이 생겨난다. 마치 내가 이 시대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번 2007년에 나온 이 책은 작년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 동안 발표된 소설 중에 뽑아서 담아 놓은 것이다. 이 책을 잘 살펴 읽으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봄까지의 우리나라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나 해야 할까.
책의 시작은 그리 거창한 의도가 아니었다. 그냥 윤대녕의 소설이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소설에 중독되어 있다. 이유를 말할 수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읽고 있는 시간이 행복할 따름이다. 그가 쓴 글에서 내 마음이 닿는 구절을 옮겨 적고 있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다. 소설 '보리'도 그렇게 읽었다. 무조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윤대녕의 소설을 읽고 나니 그제야 다른 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청준의 소설을 읽는다. 여전하시다. 무거운 듯 무겁지만 않게, 그렇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게, 우리 자신과 우리 시대와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글. 중고등학교 국어 관련 교과서나 문제집에 그의 글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교과서에 실릴 만큼의 모범적인 소설가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어 고종석의 글, 공선옥의 글이 내 눈을 잡는다. 익히 이 분들이 쓴 글을 읽었기에 나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맥락을 잡을 듯하다. 역시 잘 살아 계시는구나 싶은 마음.
한 해가 가기 전에 이 책과 같은 의도로 출판된 소설집을 읽으면 지난 한 해를 힘들이지 않고 돌아보는 기분이 된다. 적어도 올해는 우리 사회에 어떤 것이 문제였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좀 쓸쓸해진다. 사는 게 기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가족이 부서지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밀물처럼 우리의 삶에 끼여들어온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 서로서로 거부하는 관계,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고 바라는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y에서 옮김200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