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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둑 호첸플로츠 1 ㅣ 일공일삼 87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8년 11월
평점 :
마법이라는 영역에 대한 호감도 호기심도 적은 편이다. 지금이 오히려 나아진 쪽이고 어렸을 때는 더 그랬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 딱 싫어했을 정도이니까. 그럼에도 글은 읽었다. 읽을 글이 주변에 달리 없었던 탓일 것이다.
마법에 관한 동화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삼 찾아낸 책이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 가운데 마법사가 나오고 이 마법사가 아이를 가둬 놓고 감자를 깎게 한다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 있었다. 다른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이 기억만은 뚜렷했다. 감자튀김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도 있었고, 그때까지 감자를 깎아 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마법사가 아이를 괴롭히는 방법으로 감자를 깎도록 시켰다는 게 나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으로 봐도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충격.
단지 이 내용만으로 책을 찾아 냈다. 주인공은 마법사가 아니었다. 도둑 호첸플로츠였다. 독일 동화였다니, 아버지는 그때 어떤 사정으로 이 동화책을 사 주셨을까? 내가 어떤 동화책을 좋아하는지 모르셨음에 틀림없었으리라. 아이는 다들 마법을 좋아할 것이라고 여기셨을 수도. 어쩌면 이 동화 때문에 내가 마법의 세계를 더 멀리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작은 마녀'라는 동화책도 내가 마법의 세계를 멀리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기억한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고 나는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으로 이 책을 읽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는 이 동화, 역시 무섭다. 도둑 호첸플로츠도 무서운 범죄자이고 마법사 츠바켈만도 나쁘고 무서운 마법사다. 제멋대로 하는, 남의 것을 무조건 내 것으로 여기는,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악당들. 아이들에게 이런 동화를 읽혀야 했던 당시 상황을 내 마음대로 짐작해 본다면? 교육이었을까? 아이가 어른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현실을 동화로 알려 주려고 했던 것일까? 경찰 아저씨는 어찌 그리 무능하고 답답하게만 등장하시는 것인지.(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어린이들이 읽고 쓴 독후감을 보았다. 어린이들의 맑은 정신이 세월에 찌든 나보다 훨씬 낫고 현명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아무렴, 이런 무서운 글에서도 그들의 방법대로 감동과 교훈을 얻고 있다니 다행이다.
2권과 3권이 나와 있다. 도둑 호첸플로츠가 탈출하나 보다. 카스페를과 제펠이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y에서 옮김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