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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외진 곳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1월
평점 :
외진 곳을 살펴야 하는 마음은 참 쓸쓸해 보인다. 그런데 거룩하게도 느껴진다. 아무나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그렇게 하려는 작가의 안간힘을 보고 있으니 나도 좀 쓸쓸해지고 꽤 고단해진다. 우리는 다들 어떤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8편의 소설. 오래 전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읽었던 나를 만난다. 소설의 내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던 시절의 내 기분을 다시 만난 듯했다. 어느 한 편도 그냥 넘어가게 되지 않고, 수월하게 넘겨지지도 않고, 또박또박 읽고 싶어져서 읽게 되고, 그럼에도 글마다 씁쓸하고 애틋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이 작가의 이름을 좀 잘 외워 보자, 계속 찾아 읽어 보자, 계획도 세우면서.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에게 좀처럼 이름을 주지 않는다. 여자 혹은 남자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름을 주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짐작이 되어 나는 또 슬퍼진다. 이름 없이, 아니면 이름을 알릴 필요나 이유 없이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불러 주는 듯하여. 언뜻 편리한 듯 보이지만 이대로 없어져도 세상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하여. 우리는 어찌 되었든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셈인데. 아무리 외진 곳에서라고 해도.
속상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 독서는 해롭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래서 피한다. 그런데 이 작가의 글은 읽고 있는 내내 속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해롭다는 생각을 전혀 받지 않았다. 더 읽고 싶다고, 읽는 게 좋겠다고 나는 나를 달랜다. 내가 외진 곳에 있는 나를 만나서 마음이 놓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외진 곳들에 자꾸 눈이 가려고 한다. (y에서 옮김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