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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세요? - 단팥빵과 모란
구효서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2월
평점 :
앞서 단편소설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를 읽고 이 책을 읽은 터라 스스로 줄거리를 미리 봐 버린 셈.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읽는 것이니 사건의 전개 자체보다 각각의 인물과 사연을 어떻게 구현하였는지, 작가의 문장은 어떤 맛을 전해 주는지에 주목하여 읽었다. 읽는 중에는 재미있고 단팥빵처럼 달콤하였으나 끝내고 나니 쓴맛이 감도는 게 뭔가 싶다.
설정이 약간 거슬렸던 것일까? 단팥빵을 찾아 나서는 이유 같은 것? 죽기 전에 다시 먹고 싶은 단팥빵이라? 내게는 왜 그런 게 없나 싶은 심술 따위로? 인물들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 찾고 또 찾는데 이렇게 찾는 것이 단팥빵인지 사랑인지 운명인지 사명인지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나는 딱히 찾는 게 없어서 삐딱해졌던 것일까? 찾는 이들이 부럽다는 심정으로? 마침내 알게 되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산뜻하지는 않았고.
전국에 빵집으로 유명해진 곳이 참 많다. 사연이 있는 집도 있을 것이고 사연이 깃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밥집이 아니라 빵집이라는 게 또 다른 낭만을 느끼게 해 주기는 하는데 빵을 좋아하지만 빵과 관련된 특별한 사연이 없는 나로서는 공감이 덜할 수밖에. 대상에 대한 애착도 집착도 없는 편인 내가 가끔 이럴 때는 서운해진다. 마치 행복을 조금 덜 얻는 기분이 되는 듯하여.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어 볼 테다.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