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구효서 지음 / 세계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모두 11편으로 알찬 재미를 얻은 소설집. 이제라도 읽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울 정도였는지. 이 작가의 글을 한동안 못 보고 있다가 '랩소디 인 베를린'을 읽은 후 찾아서 읽었다. 하루 한 편씩만 읽기, 한꺼번에 다 보고 말면 서운하고 말 듯하니. 그러나 이 약속도 못 지키고 마지막 세 편을 한숨에 다 읽고 말았다. 좋은 것은 좋을 때 더 좋아해야지, 웅얼거리면서.


허술한 구석이 없는 글들이다. 흔하든 흔하지 않든 소재에서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낱말 하나부터 문장을 넘고 문단을 또 넘어 전체에 다다르기까지, 흥미는 물론 반전까지 어느 하나 튀거나 빈 곳 없이 단단하게 꽉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나는 어떻게 하여 이렇게 벅차게 읽을 수 있게 되었나, 작가에게 감탄하다가 읽는 나에게서도 대견함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나를 칭찬하게 만들어 준다.


표제작인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는 장편소설 [빵, 좋아하세요?]로 거듭나 있다. 같이 읽었더니 여러 모로 신기하였다. 짧고 치밀하게 모아 놓은 생각을 길고 느슨하게 풀어나가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작업이라니. 소설가들은 저마다 여러 생을 살겠네, 싶은데 이게 또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닐 것 같아 은근히 가여워지는 기분이었다. 


'더 먼 곳에서 돌아오는 여자'는 내내 가슴 아팠다. 아픈 만큼 화가 났다. 두드려 부수고 싶을 정도로. 그럴 대상이 없다는 것이 지독히 억울했지만, 있다고 해도 하지도 못하겠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먼 곳에서 돌아와 애틋하게 찾고 또 찾고 있겠지만, 찾고 보니 더 더 먼 곳으로 떠나간 이여, 울지도 못하고서. 작가는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을, 써서 독자의 화를 돋워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작가도 독자도 우리 모두가 이 부족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른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 새 책을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 읽기를 기원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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