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23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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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에 점점 더 민감해진다. 나이가 들고 달리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이런 것일까. 계절과 날씨와 낮밤의 변화에 신경이 쓰인다. 어쩌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이제야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술은 언제 마시면 맛있을까? 아무 때나 마셔도 맛있다는 사람도 있겠지. 호시탐탐 술 마실 기회만 노리면서 구실을 만들 수도 있겠지. 이래서 마시고 저래서 마시고 기분이 좋아서 마시고 기분이 나빠서 마시고. 이 만화책을 계속 보다 보니 술을 마시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퍽 소중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술주정에 치가 떨릴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매일의 일상을, 더 괜찮은 내일을 기대하며 자신을 달래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누군가에게는. 주변에 술주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내게는 아주 괜찮은 행운인 듯하다.

만화 속 화자인 와카코가 술과 함께 먹는 안주들에 특별히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술도 안주도 별로인데 나는 자꾸만 분위기에 빠진다. 혼자서 좋은 가게에서 술을 마신다는 설정,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거슬리지 않는 속에 잔을 기울이며 마시는 상쾌한 술 그리고 맛있는 안주. 짐작만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나는 자꾸만 만화 속 가게 안으로 와카코를 따라서 들어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고독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나조차 궁금하게 여기면서. 

이것도 중독이려나, 조심스러워진다.  (y에서 옮김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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