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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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형식의 소설이 많다. 먼저 특정 공간이 있다. 다음 이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사는 손님들이 이 공간에 들어 온다. 에피소드는 손님의 사정에 따라 계속 생겨난다. 읽는 쪽에서는 이 설정 요건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 내는가에 작가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겠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너무 익숙해도 시시하고 너무 낯설면 생뚱맞아서 읽는 재미를 얻지 못하게 되니까.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6편.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퍽 재미있게 읽었다. 책 제목이 하도 유명해서 한번은 봐 둬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었는데 2편을 계획하게 되었을 정도다. 그저 그렇겠지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편의점이 이렇게나 낭만을 느낄 수도 있다니, 내가 사는 곳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바랄 만큼. 소설 속 편의점의 매력적인 점장 때문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품목들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편의점에 꽤나 들락거리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내가 모르고 있는 영역이 더 많은 건가 의심도 들고. 아니면 우리의 편의점과 일본의 편의점 사정이 다른 것일 수도 있겠고.

편의점을 소재나 배경으로 삼은 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의 글 속 인물들처럼 편의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을 수도 있나 보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하게 물건만 구입하는 것으로 그만인 곳이었는데 앞으로는 더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편의점이 어떤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누구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가, 점장이나 아르바이트 사원은 어떤 태도로 근무하는가,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은 편의점 상품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자신의 삶의 공간 안에서 편의점은 얼마만큼의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가 등등에 따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미래를 추측했다. 바라는 바의 편의점을 꿈꾸는 기분으로.

예사롭지 않게 보인 두 가지. 글 속 인물 중 손님으로 등장하는 한 학생의 꿈이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빵(케익이나 과자 포함인 듯)을 만드는 일이라는 설정. 노인들이 사는 아파트 1층에 자리잡은 편의점이라 노인 대상의 상품에 주력한다는 설정. 정작 바다는 내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편의점을 중심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모습만 자꾸 떠올랐다. 2권에서는 바다가 보일까? (y에서 옮김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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