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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평점 :
참 재미있게 읽었으나 글맛은 쓰다. 1870년 영국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삼고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가상의 공간에 꾸며 낸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어서 그게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미들마치라는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와는 아주 다르지만 사람들이 사는 속삶이 딱 비슷하기만 해서 뜨끔했다. 사람은 다 똑같은가, 특히나 못난 부분-얄미운 성정, 어리석은 태도, 부질없는 질투와 시기, 헛된 욕망 따위-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천천히 읽고 곱씹으며 읽었다. 1권에서 받은 느낌으로는 설렁설렁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2권에서 훨씬 몰입되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내 관심이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캐소본과 결혼한 도러시아의 이야기보다는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의 결혼 이야기가 더 와 닿았으니까. 결혼은, 결혼이란, 결혼 그것 참, 나는 읽는 내내 중얼거렸다. 도대체 결혼이 뭐지? 왜 결혼을 하지? 왜 그렇게들 말이 많을까, 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을 하면 한다고 문제, 결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문제, 정녕 어쩌라고? 답은 없으나 물음 자체가 삶인 우리네 이야기,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겠지. 남의 결혼 이야기는 특히나 더.
공동체 삶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했다. 소도시,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잘 알고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 이것을 마냥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 간의 장점도 파악하고 있겠지만 단점까지도 알고 있는 상황일 텐데, 여기서 비롯되는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잘 알아서 문제라는 말, 모를 때는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었을 일을 알아버린 탓에 용납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기도 하던데. 게다가 서로의 영혼을 갉아 먹는 시기와 질투는 어찌나 잦은지, 평범하게 사는 게 여간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공동체 생활에 내가 환상을 좀 갖고 있었던 듯하다.
결말이 특별히 궁금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라면 저마다 태어나고 자라고 누군가와 만나고 결혼하고 늙어가고 죽는 이 과정에 이어져 있으니.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소설의 인물은 어떻게 하고 있고 소설을 읽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생각해 보는 재미 그것이 전부다. 소설을 읽었는데 나는 내 지난 삶을 다시 읽은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y에서 옮김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