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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6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평점 :
결혼만큼 서로 비슷하고 결혼만큼 완전히 다른 관계가 있을까? 같은 이름인데 사람마다 달라지는 결혼.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사람이 두 번 결혼한다고 해도 두 반 다 다른 결혼이 되니까. 누가 누구를 만나 어떻게 인연을 맺는가 하는 것, 참으로 오래되고 공통된 우리의 과제다. 이게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조차 하나의 선택으로 강요받고 있는 문제이면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어느 마을, 미들마치라고 하는 곳에서 결혼을 앞둔 남녀 사이, 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 결혼한 이후 겪는 갈등을 세세하고 치밀하게도 늘어 놓은 소설이다. 읽는 재미는, 음,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이 시기의 영국 소설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 나는 좀 실망했다. 가장 큰 이유를 번역 탓이라고 여긴다. 읽는 눈맛이 답답했고 자꾸 문장 안에서 머뭇거려야만 했다. 앞뒤 주술 관계마저 따지고 있다 보니 그냥 설렁 넘겨버린 대목도 많았다. 이렇게 읽을 글이 아닌 것만 같은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됨됨이로 인해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어떤 마음에서 이렇게 행동하나,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인물을 이런 방식으로 그려 보이고 있나, 당시 그 사회에서는 결혼을 두고 이런 내용의 고민들을 했더란 말인가,... 등등. 상상과 추측이 읽는 재미를 보태고 키워서 오히려 천천히 읽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1권에서는 실패했다. 끝내 후다닥 넘기고 말았다는 기분이다.
몰랐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서로를 탐구하고, 다른 이와 비교하고, 나와 대면시키고, 상대가 가진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이후의 삶을 예측하고 준비하면서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되는 일. 계산이든 이해든 희생이든 어쩌면 사랑으로든. 내가 지금 결혼에 대해 궁리하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만 해도 얼마나 속 편한 노릇인지.
다른 사람의 결혼을 잘 지켜 보면 내가 하는 결혼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남의 결혼 이야기는 어찌하여 재미가 있는 것이지? 2권은 1권 같지 않기만을 바라는데 번역은 여전히 불안하다. (y에서 옮김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