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씩 모으다 보니 여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계속 사 모을 예정이니 언제 끝이 올지는 작가의 손에 달렸다고 봐야겠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그저 신기하고 맛있게만 보인다. 내가 먹고 마실 일이 없어 더 그러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롯이 혼자 누리는 삶, 생활방식. 책이나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일 줄 알았으나 이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는 혼자서 하는 일에도 의미를 두어야 할 시대가 된 모양이다. 혼자서 먹고 혼자서 놀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했듯이 혼자 하는 일에도 마찬가지의 노력과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만화 속 주인공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혼자서 술을 마셔 왔다. 작은 행복이라고나 할까.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러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기운을 회복하는 방편으로 마시는 술 한 잔. 그리고 그 술에 어울리는 맛있는 안주 한 접시. 다른 사람의 간섭도 참견도 없이 오롯이 홀로 누리는 행복. 이것이 그리웠던 것이리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만남과 이웃과 동료와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피곤했던 것인지도 모르니까.
아침에 잠깐 본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고 예견한 내용. 그럴 것 같다. 비관적 태도로 인한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상된다. 감염병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될 것이다. 이 만화, 이전과는 다르게 훨씬 절박한 심정으로 봤네. (y에서 옮김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