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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12의 샘 - 믿고 읽는 소설가 7인의 테마 소설집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3
고비읍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평점 :
나는 이제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니고, 가족 중에 어린 아이를 가진 이도 없고, 주변 사정도 비슷하고, 즉 학교라는 곳에 더 이상의 직접적인 관심이 생기지 않는 처지이기는 한데. 그래도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학교가 어떠한 곳인지를 파악하고, 장차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 사항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요리조리 여러 모로 살펴도 지금으로서는 학교가 딱히 유쾌한 곳이 못된다는 게 이미 절망적인 셈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학교가 괜찮았는데, 경쟁이 심하고 차별도 있고 이런저런 폭력과 갈등이 없었던 게 아니었지만. 이 또한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탓일까? 기존 지배권력 체제에 또 앞선 기성세대의 억지 논리에 참고 버티면 해낼 수 있다는 식의? 그럴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것 같다. 나는 이제 확실히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니까. 내가 지금의 청소년 세계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물음 앞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7편의 소설은 소재 면에서 흥미로웠으나 재미는 없었다. 마치 학교가 재미없는 곳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 변하든 어떤 좋은 제도를 도입하든 지금의 학교는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기분이 된다. 이 소설집을 읽고 있자니 이런 마음이 더 진해졌고. 미래 자체에 믿음을 잃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라니. 이토록 암담한 상상이라니.
어쨌든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고 있다. 애쓰는 것은 맞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실행인가 하는 바는 좀 더 오랜 시간을 두고 따져 봐야 할 것 같고. 지금 젊은이들이 교육으로 인한 문제점을 겪고 있다면 이건 대부분 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리의 책임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여기고 있기도 하고. 그러니 소설가들이 글을 통해 기대하는 바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혹시 나아질까? 이렇게 소설이 나오고 있으니? 하지만 어떻게 가는 것이 나아지는 길일까? 읽었으나 아무래도 막막하기만 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