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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비극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추리소설에서 제목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암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처럼. X의 비극에서 바로 X가 그랬다. 읽는 중에 눈치를 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내 몰랐다. 몰라서 더 재미있었던가? 알아챈 적이 없으니 비교는 안 되는 것이고 다 알고 나면 아쉬움이 좀 남는다. 내 추리력의 한계가 딱해서. 관찰력과 기억력마저 모자라서 딱히 할 말이 없는 형편이기는 하지만.
드루리 레인이라는 배우 출신의 탐정이 활약하는 시리즈의 한 편이다. 배우라는 조건이 범죄 현장에서 탐정의 역할을 수행할 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점은 신선했다. 꼭 배우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추리 탐구력이 뛰어난 사람이겠지만 거기에 배우의 이력이 더해지니 퍽 흥미로웠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라 그랬을 수도 있고. 읽는 재미가 좋았으니 작가의 시도가 고마웠다.
경감이나 검사의 수사 방법은 정통적이기는 하나 답답해 보이고, 레인의 탐색은 알 듯 모를 듯 신기하게 전개된다. 당연히 독서의 초점은 레인의 행동으로 따라가게 마련인데 레인이 없으면 이 사람들이 범인을 어떻게 잡아낼지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잡아들이기도 했고.
범죄는 언제 일어나는가. 사람은 언제 어떤 경우에 범죄자가 되고 마는가. 배신, 치욕, 원한 따위일 텐데, 이런 일에 엮이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건데, 원하지 않는데도 이럴 일이 종종 생긴다는 게 우리 삶의 모순된 형태일 것이다. 원수를 갚을 것인가, 자포자기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절망할 것인가…… 범죄추리소설을 읽는 동안 더러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된다.
손가락으로 X자를 만들어 놓은 희생자. 희생자의 의도를 알아보는 레인. 끝내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나. 읽어도 읽어도 모를 일이다.
엘러리 퀸 시리즈 중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4권이다. 이 책이 첫 편인 셈인데 다음 작품에서 레인의 활약도 기대가 된다. (y에서 옮김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