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전달하고 받는 데에 글의 길이는 원래 상관이 없을 것이다. 짧은 만화 한 편을 통해서도 받을 의미는 다 받게 되는 것이니까. 이 만화의 한 에피소드에서처럼.
앞선 책과 다를 건 없다. 와카코는 여전히 혼자서 아늑한 술집을 찾아다니며 맛있게 술을 마신다. 술이름도 모르는 나는 와카코가 마시는 모습만으로도 기분좋게 취하는 느낌을 받는다. 술도 술과 함께 나오는 안주(고기를 안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도 내가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거의 없는데 분위기만큼은 홀로 그윽한 게 그지없이 좋다.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홀로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한 권씩 뽑아 보리라.
이번 책에서 특별 에피소드로 '콘노 씨의 우울'이라는 게 있다. 제목과 내용은 우울한데 나는 우울하지 않게 봤다. 만화 속에서 콘노 씨는 계속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알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나름 부족한 게 있는데 스스로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나는 이 대목을 내 처지에 맞게 끌어와서 받아들인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스스로에게 다시 만족하자고.
이 만화를 보고 있고, 이 만화책을 살 수 있는 형편이고, 이 만화를 볼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이 만화를 봤다고 이렇게 주절주절대도 괜찮은 공간이 있고......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겠는가. 이 작가의 [타카코 씨 4]편을 또 사고 싶기는 하지만.
세상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꽁꽁 묶여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안에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좋겠다 싶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발랄하고 도전적인 젊은이는 아니니까 이쯤 해도 괜찮은 거다. (y에서 옮김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