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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평점 :
운전과 관련된 산문으로 여기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이 운전 사이로 들어왔다. 운전도 독서도 비슷한 듯 다르게 사람을 이끌어간다. 작가에게는 안전거리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나는? 내 운전은? 그리고 내 독서는?
내가 운전을 하게 된 지는 오래되었고, 오래 한 만큼 운전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고, 독서를 하게 된 것은 그보다 한참 오래되었고, 독서를 나는 좋아하고 또 나대로 잘하고 있다고도 싶고. 둘을 이어서 이렇게 다양한 독백을, 긴 독백을 할 수도 있구나, 새삼스럽게 작가에게 감탄을 한다.
운전도 독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삶의 축이 된다. 둘 다 평생 안 하고 살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잘한다면 세상을 사는 일이 한결 풍요로워지리라. 나는 행복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리라고 여긴다. 운전을 좀 많이 못하는 편이라 이 점은 아쉽지만 독서에서 얻는 기쁨으로 바꿔도 괜찮겠다. 작가가 글을 통해 털어놓은 운전의 고충에는 강한 공감과 안타까움으로, 운전하는 일과 관련시켜 소개하는 책들에는 친숙함과 호기심으로 응했다.
다만 가볍지 않고 진지한 서술에서 살짝 거리감을 느꼈다(이것도 작가가 의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쑥 다가서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눈치가 보였다. 확 다가서고 싶은 사람으로서는 당황스럽거나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래도 나는 끄덕였다. 이것이 낫겠네, 이만큼 떨어져 보고 이만큼 떨어져 읽고 이만큼 떨어져서 생각해 주는 것이 서로에게 낫겠네.
한번에 확 빠지는 호감 대신 천천히 오래 곁을 지키고 싶은 호감에 대해 궁리하는 시절이다. 나는 생을 아껴서 보내고 싶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