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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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끌림이었다. 지극히 사소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사소함이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 사람의 밝혀지지 않은 삶을 되짚는 일은 온전히 추리의 과정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그가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 있는 것이든,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든, 그 모두에 대해서. 


인생의 초반, 학창시절. 100세 기준으로 볼 때 20%도 되지 않는 기간인데, 이 기간의 일들은 그 사람의 남은 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각기 다른 빛깔로 채워지고, 더러는 흐려지거나 비워지기도 하면서 그래도 괜찮은 어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해나가는 기간인데, 이 과정이 참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하기야 우리 생에 만만한 기간이 어디 한 순간이라도 있기는 한가 싶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같지 않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살인이나 음모나 피를 등장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추리소설로 엮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확인한다.(딸이 내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이 책을 강력하게 권했는데, 이로써 내 딸은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알겠다.) 


가끔 나도 내 삶을 반추한다. 어린 날,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했던 것인지, 왜 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렇게 하고 하지 않았음으로 인하여 그 뒷일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갔던 것인지, ... 등등에 관하여. 이미 후회를 하는 나이는 지났으므로 다 받아들이게는 되었으나, 아쉬움마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까, 그때 그렇게 했으면 더 나았을까, 설령 다르게 행동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까 하면서. 소설로서는 전혀 매력이 없을 것만 같았던 내 평범한 삶도 이 소설에 비추니 그런 대로 꾸며질 수 있을 것 같은 찬란한 구석이 몇 곳 짚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삶을 소설로 쓰겠다는 것은 아니고. 


나를, 내 시간을, 내 주변을 지금보다 조금 더 아끼고 보살필 일이다. 지금보다 또 더 나이가 들어 흐뭇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y에서 옮김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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