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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평점 :
차례를 보지 않고 바로 읽었다. '쥐덫'이 전체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범인이 잡히는 대목에 이르렀고, 그제서야 이 책이 단편집인 줄 알게 되었다. 쥐덫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작품들에는 마플 양과 푸아로 경감이 각각 등장한다. 특별한 기준 없이 단편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쥐덫'은 인상적이었다. 읽기 시작한 때가 아침이었는데 황사가 몰려와서 그런 건지 흐릿하고 스산하고 퍽 쌀쌀했다. 소설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국 외딴 하숙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추위가 느껴지는 게 실감났다. 소설 속 하숙집은 눈에 갇히면서 외부와 단절되고 범죄는 예고되는데, 공포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러 본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또한 이 작가가 오래 전에 쓴 구성이었구나.
범인이 독자가 상상한 사람이 아닌 의외의 사람이었다는 게 밝혀지기까지 작가는 참 알뜰하게도 숨겨 놓고있다. 이걸 각종 장치를 이용하여 얼마나 잘 숨기느냐 하는 게 추리소설 작가의 역량일 텐데, 신기할 정도다. 나는 여전히 지루함을 못 느끼고 읽고 있다. 이번 책의 작품들에서는 하나도 맞히지 못하고 말았네.
쥐덫을 제외한 작품들은 분량이 짧은 편이다. 단막극으로는 충분히 활용할 소재들이기는 하지만. 범인들의 공통점이라면? 첫째, 돈을 갖고 싶어서 둘째, 어렸을 때 억울하게 받은 원한을 갚아 주려고. 두 번째 이유가 아프게 와 닿는다. 어렸을 때의 어떤 기억은 한 사람을 영원히 가두는 불행의 멍에가 되기도 한다는 점. 삼가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아이들끼리도, 원한이 되고 나면 나이가 들어도 잊지 않고 갚아 주고 싶어 하는 모양이니까.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y에서 옮김201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