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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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은 나오자마자 바로 샀다. 수상자가 매우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아했다. 이분이 아직 이 상을 받지 않으셨던가? 왜? 홀로 물었다가 수상작 '풍경소리'를 읽으면서 홀로 대답했다. '그렇군.'

 

맑은 소설이라고 한다. 맑아서 좋았다. 온통 흐려져 있던 내 마음이 서서히 맑아지는 듯했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는가. 세상 탓을 했을지도 모르고 정치 탓을 했을지도 모르고 시대 탓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순한 내 마음을 씻어 주는 소설이었다. '그렇군' 하면서.

 

그렇다고 자포자기하게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상이, 정치가, 시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를. 어쩌다 이렇게 탁하게 되었는지를. 인연이든 운명이든 한 발 물러선 자연의 이치로 헤아려 본다면, 복잡한 문제 상황이기는 해도 골치 아플 것까지는 없는 게 아닌가, 아파도 견뎌낼 만큼은아닌가, 아니 나의 이런 분석조차 부질없는 욕망일지도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이제라도 이 작가가 이 상을 받으시게 되어 독자인 내가 다 고맙다.

 

우수작으로 실리는 소설들의 편수가 어째 적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한번에 다 읽지 못할 만큼 많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수상작가 외 작품으로는 5편밖에 없다. 그래서 더 천천히, 하루에 하나씩 아끼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 좋았다. 지지리도 지겹고 불쾌한 삶의 이야기조차 성실하게 읽었다. 이 시대의 자화상이 맞는 거니까. 마약운반책이든, 부동산 투기든, 불륜의 사랑이든, 권력의 개든, 하나같이 왜 이렇게 사나 싶은데,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벽에 갇힌 처지라는 게 안타깝고 서글펐다. 이러다가 우리 사회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 게 아닐지.(분명히 가해자가 있는데,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있으니.)

 

집 밖에 풍경 하나 마련해야겠다. 날이 더워지고 창문을 열어 두는 계절이 오면 바람보다 풍경 소리가 먼저 들어오도록.  (y에서 옮김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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