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단편소설집이다. 모르고 있었던 작가였고 장 그르니에랑 어떤 관계가 있나 했는데 관계없나 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12년에 출간되었고 1919년생인 작가는 2017년에 별세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작가가 노년에 쓴 단편소설집이라는 것, 이 나이에 이르면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가, 나도 그렇게 나이들어 갈까 짐작해 보는 이런저런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평소 프랑스 소설을 영국 소설에 비해 덜 읽다 보니 낯설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나른하다고나 할까, 긴장감이 있어야 할 순간마저도 맥이 풀리는 듯한 분위기에 종종 내 취향 탓을 하곤 했다. 길고 느린 호흡의 글에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못하니까. 이 책에 실린 글은 다행스럽게도 이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잘 읽혔고 분명했고 산뜻했고 곳곳이 귀여웠다. 나이든 작가의 글에서 귀여움을 느끼다니, 내가 받아들이는 유머의 폭도 많이 넓어진 모양이다.프랑스나 우리나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나이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퍽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의 문제인 걸까. 사는 곳은 달라도 어느 나이 이상을 살고 넘다 보면 비슷비슷한 경지에 이르는 것 같다는 것. 잘 사는 것도 못 사는 것도 큰 차이가 없어지고 질투나 물욕이나 심지어 추억마저 부질없어지는 때를 맞이하게 되는 생의 저물 무렵. 어쩌면 지금 추측하는 것보다는 덜 쓸쓸할지도 모르겠다는 안심이 든다. 이 책의 소설을 읽고 나니.앞서 블로그의 이웃 두 분이 이 책을 읽고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린 터라 내게는 어떤 느낌을 던져올지 궁금하게 여기면서 읽었는데, 좋았다고 쓴다. 예상보다 훨씬 쉽게 읽고 잘 넘겼으며 잔잔했어도 짙게 남겠다. (y에서 옮김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