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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구효서 지음 / 해냄 / 2016년 4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글이라서 망설이지 않고 사서 읽었다.(e북으로 구했어도 괜찮을 뻔했다.)
연애 소설이다. 표면적인 삼각 관계. 그런데 일반적인 연애 소설과는 거리가 좀 있다. 마음으로만 사랑하고 있는 소설 같다. 현실이 아니니까 이럴 수도 있는 것이겠지 싶을 정도로. 배경이 아프리카이고, 등장인물들이 세계 봉사 요원으로 나오는데 내 상상의 배경에 자꾸만 '우르크'가 떠오르고 있어서 성가시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다.(정말 나도 어쩔 수 없다니까.)
정말 긴 호흡이다. 소설 속 시간이 짧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시간 개념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주인공들이 숨쉬는 순간들이 살아서 전해져 온다. 그 순간이 과거든 현재든 꼭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게 되고, 그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마음 안에 품고서 상대에게 닿지 못하도록 애타게 붙잡아 막고 있는 진심만이 울린다.
나를 너에게 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알려야 하나 숨겨야 하나, 나를 향하고 있는 네 마음을 안다고 해야 하나 모른 척 해야 하나, 사랑은 누가 누구를 지켜 베풀어야 하는 것인가. 연애소설을쓰고 싶었다는 작가, 이전에도 나는 그의 소설을 연애소설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정도로는 간절함이나 절대적 애착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것인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나는 나의 얼마만큼일까? 내가 아는 너는 너의 얼마만큼일까? 우리는 어쩌다가 사랑 때문에 서로를 탐구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랑을 지키는 일은 무엇이며 사랑을 저버리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아무 힘도 갖지 못한 것처럼 취급하다가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것처럼 대우하기도 하고,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멀고 아득한 것인지.
슬프기는 하다. 사랑을 해도 슬프고 사랑을 못해도 슬프고. 담백한 사랑이란 아예 성립될 수 없는 말인 것인지. 가상의 사랑이라도 사랑에 지친 듯 피곤해진다. 연애소설을 읽고 나면 연애가 지긋지긋해지는 게 마땅한 반응일까, 엉뚱한 반응일까. (y에서 옮김201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