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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ㅣ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평점 :
얼마 전 우리 동네의 구멍가게가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우리 애들의 초등학교 옆에 있는데 애들이 다닐 때 가게를 보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벌써 15년이 넘었구나. 그분들의 아들 내외(이분들도 이미 손자를 두신 할아버지, 할머니시다.)가 이 가게를 새로 단장하면서 자그마한 간판을 걸었다.0 0슈퍼라고. 이 책을 봤더라면, 이 책 속의 그림 중 하나라도 일찌기 봤더라면 오가면서 사진 한 장 찍어 두어도 좋았을 것을. 사진 속 그림들과 참 비슷하면서 또 다른 구멍가게였는데.
평상, 나는 그 무수한 평상들이 그립다. 동전도 불량식품도 뽑기도 학용품도 그립지 않은데,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지상의 공간, 그곳이 그립다. 내 어린 시절은 그런 평상도 가질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것이리라. 우리집은 평상을 둘 곳이 아예 없었을 테니, 구멍가게들을 지날 때마다 저기 한번 앉아 봤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데. 거기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 본다거나 쭈쭈바를 먹어 본다거나 하는 상상, 딱 상상까지다.(나는 아이스크림이나 쭈쭈바를 어지간해서는 안 먹는다. 먹고 싶은 장소를 끝내 못 찾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무로 엮은 넓은 탁자 위에 남은 장판을 덮은 소박하면서도 튼튼한 자리, 어떤 애들은 그곳에 엎드려 숙제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무 그림들은 오히려 낯설다. 사소한 먹을거리에 가려 나무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리라. 아무리 큰 나무였더라도, 아무리 울창했던 나무였더라도, 아무리 화려한 꽃나무였더라도 내 어린 시절의 시야에 나무까지 잡히지는 않았으리라. 그때는 아직 어렸을 테니까, 가게 안이 더 궁금했고, 내 수준에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가늠해 보는 게 더 절실했을 테니까. 번번이 그냥 스쳐 지나갔겠지만.
책, 예쁘고 예쁘다. 오래 두고 보고 싶다. 그때는 가진 게 없어 조금 쓸쓸하고 서글펐으나 지금은 그 기억까지 아끼는 사람들께 권한다. 긴 시간 잘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y에서 옮김2017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