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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온천 여행
다카기 나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평점 :
어떻게 하면 만화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보도록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편집 의도에서 나온 듯하다. 여자 혼자 기차를 타고 가서 그곳의 온천을 이용하고 또 맛난 음식도 먹는다는 계획. 온천이 많은 섬나라이자 지역 곳곳에 이르기까지 기차 운행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일본이라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번역이 되어 나온 책이지만 내용으로 보아 일본에서는 10년 전에 나온 듯하다. 작가가 결혼하기 전이었던 때이기도 하고.
여러 번 느낀 것이지만 이 작가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다니고 잘 자고. 여행에 더없이 적합한 체질이다. 만화로 그리려다 보니 생략시킨 내용이 많이 있었겠지만 그림으로 드러나 있는 것만 봐서는 지극히 발랄하고 유쾌하다. 고생했다고 해도 고생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즐겁게만 보인다. 실제 여행이 이렇게나 즐거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작가는 그런 내용은 전혀 전해 주지 않는다. 이만큼의 흥겨움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떠나 보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따져 봐야 할 것은 따져 봐야겠지. 혼자 1박 2일의 기차 온천 여행에 드는 비용. 해당하는 여행이 끝난 마지막 페이지에 돈을 쓴 내역을 소개하고 있는데 한번 여행에 일본돈으로 4~5만 엔 정도 들었다고 한다. 주로 교통비와 숙박비로 지불했다고 되어 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온천을 이용하기 위해 온천 여관에서 숙박하였다는데 가벼운 비용이 아니다.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한 취재 비용으로 삼았다면 또 그러려니 하겠지만, 휴식으로든 여가 활동으로든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금액이다. 이것도 10년 전 물가 사정이니 지금은 더할 테고. 코로나 19로 지금은 이마저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화를 만화로만 보면 좋으련만, 왜 나는 자꾸만 쓸데없이 비용 생각을 하며 삐죽거리는 것인지.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비싼 값이니 그저 이 책만으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달래려는 의도가 궁색하고 쓸쓸하게 여겨져서 그런가. 어쨌든 만화는 재미있다. 작가따라 다닌 길이 신기하기도 했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만족스럽다. 점점 게을러지고 위축되는 나, 이런 만화책이라도 자꾸자꾸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대리만족, 이 정도면 충분하다. (y에서 옮김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