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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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문제는 정황상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어떤 문제는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맞기도 하고, 어떤 문제는 누군가의 악의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이런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에 따라 그 사회와 구성원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데.      


소설은, 특히 SF소설과 추리소설은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아주 온건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상상이지만, 간절한 바람을 담은, 너무도 해결하고 싶은, 그러나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소설이라는 글로 호소하는.


나는 이 작가의 글을 좀 무서워한다. 상상이, 표현이, 감추고 있는 감정이 내 취향을 약간 벗어나 있다. 잔인하거나 살벌하거나 끔찍하거나 대체로 그런 쪽이라. 그럼에도 나는 또 읽는다. 이 정도는 읽을 수 있겠다는 경계선 바로 안에 있다고 여긴다. 결말이 내 취향에 아주 가까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글의 표현에서 무서움을 좀 느꼈어도 주제는 썩 마음에 든다. 한결같다. 벌 받을 사람은 벌 받기. 그게 살인이라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방법에 의해서라고 해도.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입장으로 스멀스멀 움직이게 만드는 글힘을 보여 주면서. 소설이니까, 소설 안에서는 이렇게라도 평화와 안정을 찾아보라고, 이렇게 해서라도 현실을 살아나가는 의욕을 끄집어 내 보라는 듯.


현실의 어떤 면이 얼마나 정의롭지 못하면 이렇게라도 가상 세계를 지키고 싶은 것일까. 듀나의 글이라도 계속 읽었으면 하는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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