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게 사람의 본성이다. 특히 나쁜 쪽에서는 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지구 위 사람 사는 곳 그 어디에나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쁜 유혹에 빠져들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제 욕심을 차리겠다고 가까운 사람을 해치는 영혼들이 꼭 있다는 것. 정녕 인간은 완전한 평화를 실현시킬 수 없는 존재인 것일까.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진짜, 언젠가,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 일어났던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우리가 가진 나쁜 본성 중의 하나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좀 암담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중에도 사랑은 싹튼다는 점이다. 사랑인 줄도 모르고 챙기고 배려하던 마음이 사랑으로 확인될 때의 당황스러움과 반가움이란. 그 와중에 나는 또 작가의 솜씨에 속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고 말았고. 사건이 끝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도록 인물들 간의 관계나 사소한 비밀을 감추어 두는 것, 그게 작가의 능력인 셈이다. 그것도 글의 흐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로.
읽어도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다. 올 가을은 확실히 추리 소설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y에서 옮김201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