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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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의 작품집도 구해 읽는다. 한동안 못 본 척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집도 좋았다. 잘 구해 읽었구나 싶다. 글을 읽겠다고 한다면 읽어야 하는 글, 읽어 두면 좋을 글, 읽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글, 읽었노라 다소 자랑스럽게 말할 수도 있는 글, 이 작품집에 대해 갖고 있는 내 생각이다. 그해의 작품집으로 그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더듬어 본 2017년은 우울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대체로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작품을 옮겨 읽을 때마다 더 진한 우울함이 전해 왔다. 아프다 싶을 정도로. 나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 아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도 되지 못하는 관계들, 끝이 짐작되지 않는 불안과 절망의 거울들.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암담함 가득한 소설들. 


전에는 이런 글을 읽기 힘들어 했는데, 그래서 조금 읽다가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기분을 조금 이겨 내면서 읽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뭐랄까, 나 스스로 조금 단단해졌다고 할까, 아니면 불편한 현실에 내성이 생긴 듯하다고나 할까, 도망가지 말고 부딪히고 싶다는 기분 같은, 그래서 싸울 수 있으면 싸우고 싶은 걸 하는 정도까지 이르는 기분. 단지 소설을 읽는다는 게 무슨 힘이 되랴마는, 한 시절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의 누군가에게는 자그마한 힘을 보태 주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낭만적인 기대까지 하면서.


수상자인 손홍규라는 작가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우리 소설가들의 글을 많이 읽지 않았다는 뜻일 테다. 괜히 미안해지면서 남의 나라, 남의 문화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이제 내 쪽으로도 시선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는 집중하는 대상을 먼 곳에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 내 주변의 사람들, 우리의 것, 내 안의 생명력에서 만나 보려고 한다. 이 작품집이 나의 이런 생각을 좀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y에서 옮김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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