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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먹는 이야기를 한다고 다 맛있게 들리는 건 아니다. 먹방이라고 다 맛있게 보이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책을 만나려고 그동안 별로 맛없는 책들을 그렇게 봤던 모양이다. 그 맛없던 책들까지 모두 용서하겠다.
소설가인데, 이 소설가가 쓴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내 리뷰를 못 찾아 봄), 소설에 대한 감흥은 남아 있는 게 없고 나는 또 이렇게 이 산문집에 빠져 든다. 먹는 이야기가 왜 이리 매혹적이란 말인가.
작가는 제목에 '안주'가 빠져 있는 셈이라고 했다. 술을 어지간히 좋아한다는 거지. 술안주로 해장으로 뭘 먹는 게 좋은 건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음식을 먹어 왔고 어른이 되면서 술과 더불어 어떤 음식들을 먹고 있는지 세세하게 풀어 놓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상까지 구별해 놓고 있어서 때에 맞춰 먹는 일이 더 즐겁게 보인다. 한마디로 딱 먹고 싶다. 그것도 술 한 잔과 함께.
물론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책만으로 먹고 마시고 배부름을 느끼고 취한다. 상당히 경제적인 것인데 한때는 섭섭했으나 이제는 즐기기로 했다. 후유증도 없고 책 덮으면 산뜻한 포만감은 남아 있으니까.
먹는 이야기에 내가 왜 이리 빠져 드는 건지 잠깐 생각해 본다. 결핍일지도 모르겠다. 난 어려서부터 뭘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고, 잘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음을 너무 일찍 알아차리고는 스스로 식욕을 닫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후 성장기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안 먹는 쪽으로 취향을 정해 버린 게 아니었는지. 많이 먹어 생기는 부작용에 더 민감해진 것도 있고. 대신 이렇게 글이나 만화나 사진으로 만족하고 있는 셈인데, 이 과식과 과음은 크게 해로울 게 없어(책값 정도?) 그만둘 생각이 없다.
작가의 소설을 좀 찾아봐야겠다.(y에서 옮김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