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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알았다. 실린 글들이 모두 여성작가들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2019년에는 이분들이 돋보였나 보다. 소설의 세계에서 남자와 여자 작가를 구분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이렇게 묶인 작품집을 보니 새삼스럽게 일깨워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왜 남자와 여자라는 구분을 시도때도 없이 시도하는 걸까.
수상작품은 윤성희의 '어느 밤'이다. 맨먼저 읽었고 읽은 후에는 싱숭생숭해졌다. 그런가, 나이 든 이의 어느 밤은 이럴 수도 있는가. 이렇게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다해도 맞이할 밤은 맞이하고 마는 것인가. 어찌할 수 없는 한계 같은, 벽 같은, 도무지 제 힘으로는 다스리지 못할 것 같은 어느 날 어느 밤의 상황에 놓여 주저앉고 마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못하는 건 못하는 것, 나이 탓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의 글은 권여선의 '하늘 높이 아름답게'였다. 이 작품만으로도 이 책을 본 값어치를 다 누렸다. 고귀하다는 말이 어떤 사람에게 쓰여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새로워졌다. 고귀한 사람은 고귀하고자 하는 사람과는 달리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사는 게 아닐지. 그래서 본인은 고귀한지 아닌지도 모른 채, 남들이 고귀하다고 고귀하지 않다고 하든 말든, 사람과 생명을 온통 소중하게 받들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나는 고귀한 소설 한 편에 또 반한다.
그리고 남은 다섯 편. 함부로 뭉뚱그리는 것 같아 작가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내게는 다 섞여버렸다. 사건도 소재도 인물도 제각각인데 글의 분위기가 도통 바뀌지 않는다고 여겼던 탓이다. 마치 2019년이 통째로 그러했었던 것처럼. 암울한 시절이 이런 모습일까. 답답하고 막막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죽음마저 평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일. 소설가도 독자도 가슴 한 켠에 꽉 막힌 막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어서.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읽는 일은 늘 고달프기만 하다. (y에서 옮김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