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소설 보다]에서 글(보편 교양)에 호감을 느꼈고 작가의 이름을 기억에 새겼던 인연으로 빌려 본 책이다. 기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싶을 정도로(기억하려 했으나 못하고 놓친 작가들의 이름이 또 많아서).
소설집은 알찼다. 모두 9편. 어느 한 편도 가볍게 들썩이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요소들로, 조금씩 다른 신선함으로,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나를 끌어들였다. 주제만큼은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서. 이 시대 젊은이들, 살기 참 쉽지 않구나. 살아가든, 살아 남든, 살아 내든. 어쩌다가 강박이 삶의 자연스러움을 물리치고 우리네 정신을 차지하고 만 것인지.
천천히 읽은 셈이다. 하루에 하나씩만. 두 편 이상을 읽고 감상을 섞고 싶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루가 지나면 앞에 읽은 글에서 얻은 호감을 나는 잊어버렸고 처음 읽는 듯 다음 글을 읽었다. 익숙한 맛과 낯선 맛이 바뀌며 흘러갔는데 다 괜찮아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나는 또 마음에 드는 소설가 한 명을 얻는다.
재미있었다. 텔레비전 예능의 화려하고도 헛된 세계, 콘서트 열광 문화, 암담하고 쓰린 교육 현실, 고등학생 역도 연수를 통해 보는 스포츠 세상, 세계화 안에서도 방황하기만 하는 강박증 등등.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특히 나와 나이가 다른(적은) 사람들은 삶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가고 있나, 잘 사나 그렇지 못하나, 이런 내 궁금증을 잘 달래 주었다. 알아 낸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읽는 일. 내가 읽는 사람이라는 것. 지금의 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책을 사서 읽는다면 더 좋았겠지만 빌려서라도 읽고 있다면 이건 이것대로.
이 작가가 쓰고 있을 글이 시간과 더불어 잘 무르익어 가기를. 그래서 세상을 혼내 줬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