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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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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0년 이상 정도의 기간을 무난하게 살았던 부부, 둘 중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쪽의 삶은 어떻게 될까? 아주 절절하게 사랑했던 부부까지는 아니고, 그럭저럭 평범하게, 다른 사람에게 한눈 팔지 않으면서 가정을 지켜 온 부부 정도로 가정하여 본다면? 


소설은 건조하게 시작하였으나 읽어갈수록 점점 더 읽는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남들 얘기도 더러 들었고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로 간접 경험도 충분히 했지만 화자의 처지가 내 처지가 된다면? 하고 생각하니 아득해지기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 또 흘러가는 대로 남은 사람은 살아가겠지 막연하게 그럴 것 같아도, 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 내 것만이 온전히 내 몫일 터. 가늠이 안 된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어디인지 딱히 궁금하지는 않다. 작가의 경험이 고유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만들어졌을 글이니 이대로도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어쩌면 작가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극도의 슬픔이나 아픔마저 글로 나타내는 사명을 갖고 태어난 것일까?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살지 못하는 그런 사명. 내 생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어낸 생까지 보태어 새로운 생을 창조하는 조물주와 같은 사명.


70이 넘은 철학 교수 바움가트너. 10년 전에 작가였던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이후 혼자 살아온 주인공이다. 자녀는 없고 연애는 더러 한 모양이고. 소설은 바움가트너의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일이 있었던 시간대로 나열한다면 자서전이나 전기가 될 모양새다. 지루하지 않게, 읽으면서 더 가깝게 느끼도록 절묘하게 섞어 놓은 작가의 솜씨가 마음에 든다. 이런 맛으로 읽는다. 내가 늙어가는 모습과 오래 비교도 하면서. 


오랫동안 같이 지냈던 짝을 보내는 마음은 어떠할까? 내가 먼저 떠날지 배우자가 먼저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헤아리는 마음만큼은 순수할 정도로 낯설다. 모를 일이다. 몰라서 지금 이렇게 발랄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작가나 예술가가 자신감과 자기 경멸 사이의 그 흔들리는 땅에 살지 않겠는가?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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