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1~3 세트 - 전3권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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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를 무지무지 싫어해서 내전을 벌이기까지 했던 이들 거의 다 세상을 떠나는 내용이다그들 중에 카토가 이 책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정적(政敵)-정치상으로 서로 대립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치가 무엇일까또 권력은이게 왜 갖고 싶은 걸까누구나 갖고 싶은 걸까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미리 포기해 버린 바람에 의지를 남긴 사람만 정치에 빠져 들어 있는 걸까나에게도 정치 혹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있을까그러나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게 정치이고정치를 하겠다면 적어도 정치가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같은 것은 꼭 알고서 실천해야만 할 것 같은데정치라는 게 사랑만큼이나 제각각의 모습이라 어렵게 여겨지는 것일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로마나 우리나라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저절로 난다정치를 맡고 있는 당사자들은 그들대로 짜증이 나겠지우매한 백성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불평만 일삼는다고자기가 아니면 이 어려운 시국을 해결할 사람이 없노라고 우기면서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꾸만 우리네 정치판이 떠올라 몹시 성가셨다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훌륭한 정치가와 그릇된 정치가가 어떻게 다른지 명쾌하게 알겠는데정작 그릇된 정치가 그들은 스스로를 모르고 있다는 게 기막히고 딱할 따름이다.

 

카이사르는 군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천재처럼 보인다사람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직감과 판단력과 실천하는 태도를 다 갖춘 사람이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카이사르 말고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달랠 줄도 알고 어를 줄도 알고 위협할 줄도 알고 심지어 죽일 줄도 아는 사람머리까지 좋아서 몇 개의 말도 할 줄 알고글도 잘 쓰고말도 잘 하고기억력까지 뛰어난 사람눈빛만으로도 여자를 사로잡을 줄 아는 사람.

 

그럼에도아니 그래서 적이 생기는 걸까너무 잘나서너무 잘해도 이렇게 적을 만들게 되는 건가그럴 수도 있겠다시기나 질투라는 걸 무시하고 살았는데 의외로 힘이 강하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이나 환경이 어느 수준의 부러움을 넘어 서면 질투로 시기로 증오로까지 자라기도 한다는 것을이번 권에서는 아직 죽지 않았으나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죽음을 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연관이 있는 줄만 알았는데클레오파트라가 그리 미인이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봤을 텐데 기억이 없다).

 

건전한 반대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카이사르제대로 된 반대자가 없다고 한탄하는 카이사르책 읽는 재미가 깊다.

 

-시월의 말 1권을 읽고 올리는 리뷰 (y에서 옮김20181212)

 

203-204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클레오파트라! 당신 돈을 써서 백성들을 먹이시오, 가난한 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마시오! 로마가 무산자들과 별 갈등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전차 경주 입장료를 받지 말고, 아고라에 무료로 몇 가지 구경거리를 올릴 생각을 하시오. 그리스인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데려다가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같이 유쾌한 희극작가들의 작품을 공연하게 하시오. 일반 민중은 자기네 삶 자체가 비극에 가까워서 비극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나절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오. 공공 분수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설치하고 공중목욕탕도 몇 개 만드시오. 로마에서는 목욕탕에서 한 번 마음껏 즐기는 데 4분의 1 세스테르티우스밖에 들지 않소. 그 돈이면 사람들은 몸도 깨끗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나가는 거요. 여름 동안은 저 망할 새들을 관리하시오! 남녀 몇 명을 고용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오물을 내보내는 하수구가 있는 곳마다 제대로 된 공중변소를 설치하시오.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관료들로 꽉 차 있으니 귀족은 물론 다른 인구까지 포함하는 시민 명부를 마련하시오. 또 빈민들에게 매달 밀 1메딤노스를 받을 자격을 주는 곡물 목록을 작성하고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게 보리 배급도 포함하시오. 당신이 소득으로 받는 돈은 썩어 없어지게 처박아두지 말고 고루 분배해야 할 것이오. 그 돈을 쌓아두면 경제가 붕괴하는 거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제 길들었지만, 계속 그 상태로 있을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소."
......
"교육에 더 투자하시오. 가정교사들을 독려해서 공공장소와 시장에 학교를 세우게 하고 수업료를 보조해서 더 많은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하시오. 장부 관리자와 서기도 있어야 하오. 그리고 책이 더 들어오면 곧장 박물관으로 가져다놓으시오! 공무원들은 원래 게으른 족속이니 그들의 활동을 더 엄격히 감독하시오. 아, 그들에게 종신 재직권은 주지 마시오."

533
죽음은 영원한 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불멸성은 길고 긴 시간 동안 인류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 사는 것뿐이다. 카이사르는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시월의 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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