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를 무지무지 싫어해서 내전을 벌이기까지 했던 이들 거의 다 세상을 떠나는 내용이다. 그들 중에 카토가 이 책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정적(政敵)-정치상으로 서로 대립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치가 무엇일까, 또 권력은? 이게 왜 갖고 싶은 걸까? 누구나 갖고 싶은 걸까?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미리 포기해 버린 바람에 의지를 남긴 사람만 정치에 빠져 들어 있는 걸까? 나에게도 정치 혹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있을까? 그러나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게 정치이고, 정치를 하겠다면 적어도 정치가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같은 것은 꼭 알고서 실천해야만 할 것 같은데, 정치라는 게 사랑만큼이나 제각각의 모습이라 어렵게 여겨지는 것일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로마나 우리나라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저절로 난다. 정치를 맡고 있는 당사자들은 그들대로 짜증이 나겠지. 우매한 백성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불평만 일삼는다고, 자기가 아니면 이 어려운 시국을 해결할 사람이 없노라고 우기면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꾸만 우리네 정치판이 떠올라 몹시 성가셨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훌륭한 정치가와 그릇된 정치가가 어떻게 다른지 명쾌하게 알겠는데, 정작 그릇된 정치가 그들은 스스로를 모르고 있다는 게 기막히고 딱할 따름이다.
카이사르는 군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천재처럼 보인다. 사람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직감과 판단력과 실천하는 태도를 다 갖춘 사람이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카이사르 말고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달랠 줄도 알고 어를 줄도 알고 위협할 줄도 알고 심지어 죽일 줄도 아는 사람. 머리까지 좋아서 몇 개의 말도 할 줄 알고,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고, 기억력까지 뛰어난 사람. 눈빛만으로도 여자를 사로잡을 줄 아는 사람.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적이 생기는 걸까? 너무 잘나서? 너무 잘해도 이렇게 적을 만들게 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시기나 질투라는 걸 무시하고 살았는데 의외로 힘이 강하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이나 환경이 어느 수준의 부러움을 넘어 서면 질투로 시기로 증오로까지 자라기도 한다는 것을. 이번 권에서는 아직 죽지 않았으나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죽음을 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연관이 있는 줄만 알았는데. 클레오파트라가 그리 미인이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봤을 텐데 기억이 없다).
건전한 반대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카이사르, 제대로 된 반대자가 없다고 한탄하는 카이사르, 책 읽는 재미가 깊다.
-시월의 말 1권을 읽고 올리는 리뷰 (y에서 옮김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