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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5 ㅣ 소설 보다
서장원.이유리.정기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평점 :
소설을 읽기에 안 좋은 계절이 언제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적어 본다. 다음 계절에 또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세 편의 글 중 나는 이유리의 [두정랜드]를 먼저 챙긴다. 애틋하고 안타깝다.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넘어 이 시대 모든 젊은이들의 삶을 헤아리게 된다.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심지어 놀이공원 비슷한 곳에는 가서 놀아 볼 마음조차 없으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한탄하는 만큼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해서 암담해지는 기분만 든다. 소설은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각성하게 만드는데 이 일깨움이 고맙다.
서장원의 [히데오]는 소재(왕따와 폭력)가 따끔해서 읽기 거북하였다. 안 읽을 수 없는 노릇, 모른 채 살아가서는 안 될 노릇이라는 게 매번 내 독서를 힘들게 만든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좋은 소설은 독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55p)'한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작가의 말에 인정은 하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글이 아니라는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점점 읽어야 할 글보다 읽고 싶은 글 쪽으로만 향하고 있는 중이라.
정기현의 작품은 내 취향이 영 아니어서 얼렁뚱땅 보다가 그쳤다.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생겨야 독서가 이어질 텐데, 그게 안 생기면 나는 읽기를 포기한다. 이럴 수도 있지, 하면서.
한창 젊은 나이에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그려 보이는 작가들을 응원한다. 소설은 역사이자 시대의 증거가 된다는 것을 늘 믿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