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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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가 제시하는 미스터리를 읽고 있으면 당장에는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서서히 죄어 오는 듯한 느낌이 온다. 아, 이럴 수가, 이렇게 스멀스멀 스며든다고? 갑자기 닥치는 공포는 아닌데 인간 사이의 불신에서 비롯되는 낙담 같은 길고 깊은 절망이라고나 할까? 결코 모른 채 살 수는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새삼스럽지가 않다. 책을 읽는 동안 공교롭게도 경북 봉화 마을의 농약 사건이 실제로 생기지 않았는가. 이웃 나라 소설이라고 이웃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떠났다. 도시는 점점 비좁아지고 있는데 지방에는 빈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 소설집은 이 문제를 소재로 또 주제로 삼고 있다. 시골에 있는 집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테니 와서 살면 어떻겠는가. 결코 쉬운 사업이 될 수 없는 정책이다. 

인간성에서 나오는 나쁜 특성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공간이나 건축 인프라보다 사람 자체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알게 되고 바로 조마조마해진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전혀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을 각각의 이해 관계도 고려하지 않고 한 자리에 모아 놓으면, 집만 제공한다고 해서 사람살이가 수월하게 풀려 나가는 게 아닌 것이다. 우리네 삶은 어찌 이리도 한심한 면을 품고 있는 것인지. 

추리소설을 읽으면 대체로 글맛이 쓰다. 대부분의 사건이 사람의 나쁜 본성을 다루고 있는 탓이다. 범인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 아니 바로 나 자신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본성의 일면,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내어 사고를 치고 말 그런 본성. 그러니 끝내 무서워질 수밖에. 

답답한 미래, 이대로 계속될 모양이다. (y에서 옮김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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