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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0 ㅣ 소설 보다
이미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젊은 작가의 소설을 세 편 읽는 일이 즐겁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기분은 충분히 들고, 셋 중에 한 사람의 작품이라도 내 취향을 만나게 되면 기쁘기 짝이 없고.
이 책의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했던 생각인데, 실려 있는 세 작품이 몽땅 내 취향으로 좋았다고 여겼던 적이 없다. 이제야,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읽었음에도 이제야, 남들은 다 알고 있었을 사항을 이제야, 나는 이제야 알게 된 느낌이다. 싣는 세 작품의 특성이 각기 다르게 보이도록 배치한 게 아니었나 하는 점. 읽는 실력이 뛰어나서 세 작품에 모두 만족을 느끼는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셋 중에 하나라도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나보게 해 주려고 말이다.
세 번째로 실려 있는 전하영의 소설을 깊은 감촉으로 읽었다. 화자를 그려 내고 있는 작가의 문장이 좋았다. 자신이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 자신이 자신을 나무라고 변명하다가 끝내 격려하게 되기까지 받아들이는 마음씀씀이가 문장 속에 잘 녹아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 소설의 화자처럼 분명한 태도를 보여 주는 여자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자, 하는 메시지를 남겨 놓고.
임현의 소설은 내 취향의 경계에 서 있다. 잘 읽히는 듯하다가 지루한 듯하다가 변덕처럼 오간다. 흠, 그냥 넘겨버리게 되지는 않는데 또 집중도 안 된다. 설렁설렁 그래도 빠뜨리지는 않고 읽었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실험이나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
이미상의 글은 내 취향이 아니다. 예전에는 참고 읽어야지 했는데, 이제는 첫 페이지에서 어긋나면 그냥 포기한다. 세상에 나오는 모든 글을 다 읽을 필요는 없겠지? 하면서. 지금은 읽고 싶은 글, 읽어서 좋은 글로도 넘치는 시절이니까. 이를테면 작가와 내 성향의 코드가 안 맞는 것일 뿐이므로 누가 누구에게 미안할 일은 아닐 것이다.
분기별로 세 편의 소설을 선정하여 책으로 내 놓는 건, 독자로서 좀 아쉽다. 이왕이면 매달 뽑아서 출간해 주셨으면 싶다. 넉넉한 출판사가 그런 호의를 베풀어 준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기쁜 일이 될 텐데. (y에서 옮김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