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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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데 쉽지 않은 시가 있고, 쉽게 읽히는 게 아닌데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시가 있다. 이 시집은, 내게 앞쪽이다. 끝에 이를 때까지 뒤쪽이었으면 했는데. 


월간 채널예스(2019.1월)에서 이 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책방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관심이 생겼다. 봄이 되면 가 보고 싶은 곳들을 모으고 있는 중에 이 서점이 잡힌 셈이다.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에 가려면 당연히 주인 시인의 시를 읽어 보고 가는 게 예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읽었는데 이 한 권으로는 아직 시인의 마음결에 가 닿지 못하고 말았다. 한 권을 더 봐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는 중이다. 


한 편 한 편의 시는 긴 편이다. 거침이 없고 줄줄이 시어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적보다는 수다 쪽에 가까운 모양새인데, 내가 또 이런 형태의 수다를 좋아하는 편인데,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말았다. 내 쪽에서 나아가지지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내가 너무 평온한 상태여서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어느 정도 읽는 이의 마음이 일렁이고 있을 때 그 일렁이는 사이로 스며들기 좋은 것인데 내가 이렇게 잔잔하니 스며들 틈이 없는 것일 수도. 일상의 평온함은 시를 읽기에 좋은 긴장감을 갖지 못하게 하나 보다. 


메마른 눈빛으로 훑어 본 느낌밖에 없다. 몇 번을 다시 넘겨보는데도 여전히 아쉽다. 연달아 읽는 시집들에 이런 마음이 든다면,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시를 읽는 마음을 잃었나?  (y에서 옮김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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