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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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 특히 소설가의 머리 안에는 무엇이 어떻게 담겨 있을까? 이름 하나, 장면 하나, 풍경 하나, 사건 하나 등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기도 또는 뒤엉켜서 마구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럴까?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씩 둘씩 기억 안에서 끄집어 내고 다시 배열하고 묶고 나누면서 작품으로 바꿔 놓는 것일까? 재미있을까? 정신 사나울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해 본 생각들이다.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을 것임에도 나는 못하겠네 여기면서.


짧은 소설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짧은 대로 온전한 작품이 되기도 하고 긴 작품의 에피소드로 담겨 들어 가기도 한단다. 그럴 테지, 온전히 새로운 경험이란 없는 것이고 이미 있는 것에 다시 보태고 붙이고 이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일 테니. 그렇게 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보여야 하는 일일 테니 작가의 숙명이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든 마지못해 하는 일이든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이라 그저 즐겁게 보았다. 낯익은 분위기를 풍기는 글은 이미 읽은 장편의 일부로 쓰였던 것일 수도 있겠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읽은 글에 대한 기억이 없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자꾸 읽어도 좋으니 이래저래 내게는 유리하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현정'의 에피소드가 많이 남는다. 지진은 상상으로도 무서워서 싫고, 상상 게임처럼 홀로 24시간 갇힌다면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같은 놀이가 떠올랐다. 백화점의 옷가게, 마감하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나 빵집처럼 저마다 좋아하는 풍경을 가진 곳을 떠올릴 수도 있겠는데 나는 대형서점에 갇혀 봤으면 싶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한 권씩 다 뽑아 내어 훑어 볼 수 있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유쾌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남긴다.(주제가 암담한 작품이 있기는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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