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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모자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서양 남자의 복식 문화에서 모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될지.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남자의 모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이건 꽤 아쉬운 부분이다. 모자의 속성을 모르니 모자에 대한 추리가 전혀 안 된다.(다른 쪽 추리가 된다는 말은 또 아니고) 심지어는 인물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읽고도 미처 이해를 못하기도 했으니.
이번 책에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있는 로마 극장이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연극 도중에 객석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만들었으니, 작가는 퍽 난감한 사정으로 소설을 전개시킨다. 관람객을 비롯하여 극장 안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되는 상황, 퀸 경감과 아들 엘러리는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끝내 잘 풀어 낸다. 그것도 모자를 들먹이면서. 모자 안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다는 게 나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고급 남성복만큼이나 대접을 받는다는 그런 모자를 실제로 한번 보면 대충이나마 알아챌 수 있을 것인지.
일반적으로 나쁜 평판을 받는 사람이 살인의 희생자가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평판이 나빴으니 그에 따라 의심 가는 용의자는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희생자가 살아서 사람들을 더 많이 괴롭혔을수록 범인을 찾는 쪽에서는 마음이 무거울 법도 한데.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한가? 글쎄, 그렇다고 잘 죽었다고 덮어 둘 수도 없는 노릇, 여러 모로 딱한 사정을 읽을 수 있었다.
갇힌 공간에서 범인을 찾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서술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느꼈던 새로움을 이 작가의 글에서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1920~30년대에 쓴 소설이라는 게 더더욱 신기하게 여겨진다. 요즘의 추리소설 작가들 작품에서 받았던 놀라움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지경이다. 추리 기법은 발전하는 게 아닌 모양이군 싶은 인상마저 받았기에.
더울 때는 역시 추리소설이다. 이것저것 현실을 잊고 작품 속에서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니까. (y에서 옮김202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