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문학동네 시집 22
이윤학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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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읽으면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정작 촌스러운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시들, 그래서 도시적인가 싶어 굳이 도시스러운 표현을 찾으려고 하면 또 숨어버리고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의 애달픈 목숨들이 시집 곳곳에서 떨고 있는 것만 같다. 강한 것보다는 약하고 여린 것들, 싸워 이기고 싶기보다는 보듬고 안아주면서 오로지 보살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숨어사는 것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신하며.


시집 표지의 시인은 밝게 웃고 있는데 나는 시집을 읽으면서 세상의 여린 목숨들만 자꾸 생각했다. 강하고 힘센 것들은 시인이 노래할 수 있는 소재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의아해 하면서, 왜 이토록 아프고 지치고 슬픈 영혼들만 눈에 띄는 것일까 새삼스러워하면서. 시는 본질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위한 노래인 것일까 체념조차 하면서.

읽어 본다면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너무도 친숙한 우리 주위의 풍경들이 조금은 낯선 표정을 지으며 자리하고 있을 시편들을 통해 지금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으로부터 정말 새롭게도 고마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오락실이나, 약국이나, 쓰레기통이라고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상깊은구절]

안 보이는 곳의 상처를
날개로 퍼낼 수 있다면

비둘기들은 이제
나뭇가지에 앉아
날갯죽지 속에
고개를 넣고 있다

수은등이,
나뭇가지 위의 거지들을 비추고 있다
거지들은 나무의 상처인 열매들처럼
제 몸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y에서 옮김200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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