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24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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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한 장면 한 장면에 주의하면서 본다. 와카코의 술을 사랑하는 눈빛에도, 술과 어울리는 맛있는 안주에도, 주인공이 되는 여러 종류의 술에도, 무엇보다 한 잔의 술에 하루의 피로를 씻고 새 날을 기대하는 와카코의 독백에도, 어느 하나 빠뜨리고 싶은 것이 없다. 절대로 과음하지 않는, 딱 마셔도 좋을 만큼만 마시고 즐기는, 혼자서도 충분히 세상의 중심이 되어 살 수 있다는,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였을 와카코의 절제하는 자세가 부러울 따름이다. 만화라서 가능한가?


술을 잘 못 마시고, 맛있는 안주에 대한 호기심도 전혀 없는 나로서는 이 만화가 나올 때마다 사서 보는 내가 도로 신기하다. 지금보다 아주 나중에도 다시 꺼내 보아야지 하는 만화 시리즈다. 내 노년의 벗으로, 지금은 눈이 이만큼 밝을 때 좀 더 모아 두어야 하니.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와카코의 독백에도 작가의 철학이 보인다. 이제야 내가 발견한 것일까? 작가는 진작부터 말해 왔는데? 앞서 본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지금의 발견에만 주목한다. 이전 책을 꺼내어 있나 없나 확인하고 비교해 볼 생각도 없다. 그저 지금의 장면들, 지금의 감상에만 빠져든다. 지금 마시는 술 한잔이 충분하다는 듯이.


봐도 봐도 부러운 장면, 혼자 들어가서 호젓하게 술 한 잔과 안주 한 접시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남의 나라 현실. 이도저도 못하는 나는 이 만화로 달랜다. 이대로 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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