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대관람차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
곽재식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과학적 상상력은 참 흥미롭다는 것.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 아는 만큼, 알고 있는 것을 확장시켜 상상할 수 있다. 내 힘으로 해 볼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감탄이 나오는 적이 많다. 이게 이런 원리로 이렇게 상상을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구나.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해도 합리성을 근거로 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세상이 늘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경우에 합리적인 면이 적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않은 상상에는 거부감이 든다. 뭐야, 뭔 소리야? 이 세상에 없는(없다고 믿는?) 저승 이야기든, 화성 이야기든, 100년 후의 미래 사회 이야기든, 어떤 식으로든 그게 그럴 듯해야 관심이 생기게 된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 어찌 이토록 그럴 듯한 것인지. 특히 소재가 내 마음에 든다. 현재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생명 연장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나 권력형 갑을 관계나 다루지 않는 게 없어 보일 정도다. 구체적 소재 중 하나하나를 전체 주제로 삼기도 하고 한 줄 문장에서 슬쩍 건드려 놓고 넘기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불쾌하고 거북하고 억울한 내용을 담은 소재들인데도 작가는 다소 유쾌하게 그러면서 좀 냉정하게 비꼬기도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는 태도로 다루고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겠다는 무기력감을 비틀었다고나 할까. 나는 이런 게 기분 나쁘지 않아서 좋았다. 현실은 힘들어도 현실을 보는 눈은 갖고 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분노만 갖고 있어서는 더 억울하고, 바꿔 나가고 싶다는 의지와 실천력은 갖고 있어야 하니 유머 감각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고.


이 작가는 글을 많이 쓰는 작가라고 한다. 많이 쓰는 게 장점으로만 대우받지 못한다는 점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나같은 독자는 꾸준히 응원하고 있으니 좋은 기운으로 유쾌한 소설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소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기능을 이런 작품으로 확인한다.  (y에서 옮김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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