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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평점 :
첫편부터 끝편까지 막 마음에 든다 그런 말은 못하겠다. 좀 들쑥날쑥이었다. 그럼에도 실망은 아니었으므로, 이 시집은 다시 펴 보아도 지금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분명하므로, 좋았다고 써 놓겠다.
사랑이었던가, 글쎄, 사랑을 읽지는 못했다. 그러면 사랑 그 이후였나?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굳이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심심하고 싱거운 감정? 그런데 휙 날릴 가벼운 감정은 또 아니다. 우울하고 아픈 감정만큼은 진하게 담겨 있다. 이게 사랑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서 맞닥뜨리는 힘겨움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시를 읽으면 아무래도 다른 글을 읽을 때보다 사는 일이 더 고달프게 여겨진다. 어쩔 수 없이 시의 리듬이 일상을 더 슬프게 만들어 버리는지도 모르겠다.
시에 고양이가 제법 등장한다. 이 작가에게 고양이는 예사로운 인연이 아닐 테니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작가의 분신 혹은 가족 같다고나 할까? 애틋하다. 읽는 나도 고양이에게 호감을 갖게 될 정도로(실제로 그런 면도 있기는 하다).
'어떤 여행'이 이번에는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다고 적는다. 아마도 얼마 전의 여행 뒤에 이 시를 만나 더 가까워진 것일 수도 있겠다. 감정의 어느 지점이 나 아닌 사람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일,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y에서 옮김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