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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작가의 귀한 수첩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겠지, 메모해 둔 생각을 조금 이어 보았겠지, 잇다 보니 이야기가 되고 있었겠지. 소설을 써 본 적은 없으나 소설가가 하는 일을 짐작하는 재미를 얻게 된다. 이야기를 짓는 일, 하는 사람은 힘들겠으나 구경하는 내게는 더없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이다.
SF의 세계들. 짧은 글들에서도 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가 확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 사이에 오가는 소통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사람과 식물 사이의 소통, 사람과 로봇 사이의 소통, 마침내 개체와 개체 간의 소통을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실현시킨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류들은 삶의 또다른 문제가 된다. 신기한 것은 이 문제들이 우리가 이미 겪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게 된다. 상상이 상상만이 아니고 현실도 현실만이 아닌 채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믿고 있는 세상과 과연 같은 것이 맞을까?
읽기 수월하다. 글이 짧으므로 부담없이 넘어간다. 어떤 에피소드는 이미 읽은 작가의 작품 내용과 겹친다는 것을 알겠다. 순서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지만 상관없다. 소설을 읽는 일에 차례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
갑자기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먼 행성어로 된 책은 못되더라도 이웃 나라의 글자로 된 책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