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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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20편의 글. 강렬하였으나 아쉬웠다. 책의 크기가 작아서 실린 작품 수가 적어서. 분량이 더 많아지면 읽어야 할 사람이 부담을 가질까 봐 작가가 배려하신 것일까.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대충 떠오른다. 그들을 대충 짐작도 할 수 있다. 읽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또 안다. 이미 알고 있고 읽고 있었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을 또 읽게 되리라는 것을. 그러면서 믿고 싶어 하리라는 것을. 읽어야 하지만 읽지 않고 있는 이들이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읽는 마음이 꽤 서글펐다. 작가가 맞는 말을 하고 있을 때마다 이걸 봐야 하는데, 이 내용을 그들이 알아야 하는데, 알아서 깨달아야 하는데, 아, 이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우리네 한 사람의 생으로는 얻을 수 없는 목표점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니 이런 암울한 절망이 가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은 시원하게 읽었다. 거침이 없었고 우아했다. 나는 여성으로서 종종 놀란다. 내 안의 깊은 편견과 선입견에. 그 오랜 교육과 미처 깨닫지 못한 무지로 익힌 차별적 시선에. 그리하여 스스로 불러들인 사소한 불행과 불만들에. 


작가의 책을 계속 읽어 온 탓에 낯선 의견은 없었다.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잊고 있던 바를 자꾸자꾸 깨우쳐 주는. 건강하고 건전한 의식을 잠재우지 말라고 일으켜 세워 주는. 결코 나 혼자만, 여성만, 일부만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안 읽으려는 사람들은 자기만 잘 살아야 한다고 믿어서, 그러고 싶어서, 그러려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 자기 가족만, 자기가 챙기는 사람만 잘 살면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사람 이하로 여기고 싶고 부리고 싶어서. 원시인의 뇌를 가진 채로.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y에서 옮김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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