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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강에서 보낸 여름 ㅣ 동화는 내 친구 31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6년 1월
평점 :
좋은 동화책을 읽었다. 단지 여름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동화여서 골랐던 책인데 기대보다 좋아서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데이비드와 애덤이라는 두 소년이 함께 보낸 여름 한 철 이야기. 마냥 낭만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동화 특유의 환상이 없어서 더 좋았다. 두 소년을 방해하는 악당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나는 동화에도 편견을 갖고 있나 보다.
여름, 세이 강, 카누 한 척, 그리고 소년들과 보물. 집 앞에 세이 강에 흐른다니, 그 강물에 들어가서 바로 수영도 할 수 있다니, 카누를 대 놓을 수 있는 선착장도 있고 카누를 바로 탈 수도 있고. 우리나라 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지형 조건이다. 나는 멀고먼 이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고 온 기분이 든다. 강물 밖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강물을 따라 카누를 타고 오르내리는 두 소년의 야심찬 표정도 지켜 보면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느끼면서.
보물은 무엇일까? 그때 그 시절의 보물이 자라서 지금은 복권이라도 된 것일까? 내 노력과 상관없이 우연히 얻어 걸리는? 아니다, 보물선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엄청 고생해서, 목숨까지 바꿔 가며 얻어야 했으니 지금의 복권과 좀 다르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결국은 남이 흘린 것을 주워서 얻는 것이니 본질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보물을 소재로 삼은 글이나 영화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책 초반에 두 소년이 보물을 찾겠다고 해서 더 읽어야 하나 어쩌나 망설였다. 계속 읽기 잘했다. 더 읽게 한 힘은 작가에게 있다. 보물이라는 소재보다 두 소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전개시켜 놓은 글의 힘. 참 괜찮은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들의 상냥한 태도도. 세상에 이렇게 소박하고 다정한 마을이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을 정도다. 내가 어떤 어른일까 하는 반성까지 자동적으로 일어났고.
세이 강처럼 풍요로운 자연이 함께 하는 마을은 아무래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마음을 키워 줄 듯하다. 다리우스라는 욕심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사람 사는 곳에 없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보다는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까 데이비드도 애덤도 괜찮은 어른으로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공동체로 이어져 있는 마을의 이야기.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 보면 설득이 된다. 따로 살아서는 두 쪽 모두에게 잘될 일이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주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해결해야 문제인데, 이 글을 읽은 어른으로서 마음만 급해진다. 지금도 늦지 않았을 텐데. (y에서 옮김20240901)